FLOWER

꽃을 좋아하게 된 계기와 고속버스터미널 꽃시장 간단 안내 (에스컬레이터 미운행)

treasure-a 2022. 1. 2. 20:09

 


꽃을 좋아하게 된 계기

 

 한살 한살 나이를 먹으며 20대 중반 즈음부터 꽃이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고, 우연히 새벽에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심야 영화를 보고 꽃시장에 우연히 들렀다가 꽃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새벽 1시쯤이었나, 지나다니는 사람은 많지 않았는데 생경한 꽃시장의 광경이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눈을 살짝감고 앉아서 주무시는 분도 계셨고, 라면을 끓여 드시는 분들도 계셨다. 주변에는 꽃들이 둘러싸고 있고, 처음 경험하는 세상이었다. 

 

 꽃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고르기가 어려웠는데, 고르고 골라서 처음 산 꽃은 리시안셔스(화이트)였다. 계절은 여름이었던 것 같다. 새하얗고 몽우리가 달린 그 꽃이 왜 그렇게 예뻐 보였던지, 6천 원인가 8천 원에 한 단을 샀다. 내 돈 주고 꽃을 구입한 건 그때가 생애 최초의 기억이다.

 상인분께서 신문에 둘둘 말아서 주셨는데, 뭔가 파리지엥이 바게트를 종이에 담아서 가는 것 같은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포장지에 싼 꽃보다 멋스러워 보여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이렇게 둘둘둘~ 내눈엔 포장지보다 예쁜 신문지!

 

 방 한켠에 꽃을 꽃아 두니 공간 전체가 화사해지는 기분이었다. 사각형, 원형, 인위적인 것들로 가득한 공간에 형태도 제각각인 초록이를 하나 들였을 뿐인데 왜 기분이 그렇게 좋아지던지, 조금 더 오래가라고 인터넷을 찾아서 사이다도 부어주고, 애지중지했었다.

 

 그 때를 기점으로 가끔 기분이 다운될 때면 꽃시장에 가서 꽃을 한 단씩 사서 꽃아 두는 걸 좋아하게 되었다. 밤이 되면 살아나는 꽃시장의 활기찬 분위기도 좋았고, 아는 꽃이라곤 장미, 리시안셔스, 안개꽃, 유칼립투스 정도밖에 모를때라 산토리니 장미, 자나 장미, 파스타 거베라 이런 이름을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도 있었다.

 

 지금도 꽃시장에 가는건 설레는 일이다. 계절마다 다른 싱싱한 꽃들로 매번 풍경이 바뀌고 모르는 꽃도 많아서 새롭다.

 

고터꽃시장! 친절하게 이름을 적어두신 매장도 있다.

 

 


고속버스 터미널 꽃시장 위치 및 시간 (에스컬레이터 미운행/엘리베이터만 운행),

조화 시장

 

 서울에서 큰 꽃시장은 양재 화훼단지와 고속버스터미널에 위치하고 있는데, 나는 위치상 고속터미널이 편해서 더 자주 가는 편이다. 일반적으로 고속터미널에 수입꽃이 많고 수량이 많으며 양재는 종류가 더 다양하다고 한다.

 코로나 전에는 근처에 밤 11시 반쯤 있을 때면 재빠르게 1단 구입해서 지하철이 끊기기 전에 타고 집에 가기도 했었다. 야행성인 나는 새벽에 일어나는 것보다는 그 편이 편해서......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지하철 운행시간이 짧아져서 불가능해져 조금 아쉽다.

 

12월 초 양재 꽃시장

 

 

 고속터미널 꽃시장은 경부선 3층에 위치하고 있고, 밤 11시 30분에 열어서 낮 12시에 닫는다. 밤 11시쯤 되면 1층 의자에 꽃시장 개장을 기다리는 분들이 많이 앉아계시는데 꽃시장 개장에 맞춰 가려면 그분들이 움직이실 때 따라가면 된다. 

 꽃시장 가는 길은 원래는 노브랜드 버거 앞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됐었는데, 작년 가을에 코로나가 한번 터져서 일주일간 문을 닫은 이후로 현재는 엘리베이터 2기만 운행하고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는 곳에 가면 3층 꽃시장으로 운행하는 엘리베이터에 표기가 되어 있어서 처음 가는 사람도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에스컬레이터 쪽 입구는 닫혀있기 때문에 올라가면 다시 내려와서 엘리베이터로 올라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으니 참고하셨으면 좋겠다.

 

 꽃시장에서는 다른 분들이 사가시는 꽃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신문지 위로 꽃 얼굴이 보이기 때문에, '나는 이런 꽃들을 샀는데 저분은 저런 꽃들을 샀구나'. 가끔은 남의 꽃이 더 예뻐 보일 때도 있다.

 

 생화는 잘려서 오는 순간부터 수명이 있기 때문에 일요일에 쉬는 꽃시장의 특성상 토요일 오전에 꽃시장에 가면 할인을 많이 해주신다. 저렴하게 구입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10시쯤 가는 것을 추천한다. 11시부터는 문을 닫는 가게들도 있다. 그리고, 토요일에 가면 12시부터 여는 조화 상가도 구경할 수 있어서 더 좋다. 꽃과 관련된 모든 다양한 상품(화병, 포장지, 각종 디스플레이 용품)을 구매할 수 있고, 시즌별로 디스플레이가 바뀌는 것도 구경거리다.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꽃시장만큼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도 없는 것 같다.

 

 크리스마스가 되기 한 달도 되기 전 빠른 곳은 10월 말부터 일반 화병을 팔던 매장이 엄청난 트리와 전구 장식, 크리스마스 조화를 파는 매장으로 바뀐다. 그리고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언제 그랬나 싶게 다시 원래의 조용한 모습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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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16일 고속버스터미널 조화 시장

 

 고속버스터미널 꽃시장은 한 번쯤 데이트 코스로 가보는 것도 추천한다. 

 남자분들에게도 부담스럽지 않은 선물일 것이고, 여자분들에게는 새로운 경험과 기쁨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더 많은 사람들이 꽃을 가까이했으면 좋겠다.  

 꽃 한줄기에서 느껴지는 생명력이 힘을 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