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OWER

2021 4차 화훼장식기능사 실기 준비 및 시험 결과발표!

treasure-a 2021. 12. 29. 00:01

012345678
학원에서 진행한 과제

올해 초 플라워클래스 절화상품반을 수강한 후에 기왕이면 자격증까지 따보자라는 생각에 무작정 화훼장식기능사 실기에 도전했다.

8월 중순 12월 4회차 시험을 대비한 기능사 수업을 덜컥 신청하고 매주 1번씩 학원에 갔다.

 

기능사는 정해진 주제가 있고, 그 안에서 랜덤으로 출제되는 시험이라 정해진 것만 외우고 연습하면 쉽게 붙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첫 수업을 듣고는 멘붕이 왔다.

 

첫 날, 서양형 과제 7가지 중에 부채형과 반구형을 진행했는데, 아침 9시반에 시작해서 5시에 끝나는 수업인데도 하루종일 진땀을 빼며 겨우 꽃았다. 참고로 시험시간은 30분이다. 아무리 연습한들 이걸 30분 안에 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리고 이 생각은 모든 화형을 1번씩 하고 난 후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머리 속에 지우개가 있는건지 한가득 메모를 하고 집에서도 몇 번 연습을 했는데, 왜 맨날 처음 듣는 기분인지......

선생님도 우리를 답답해하셨지만, 나를 포함한 수강생 모두 스스로에게 답답한건 마찬가지였다. 

 

또 취미반은 여유롭게 진행했지만, 시험은 정해진 규칙이 있다보니 실기 시간 내내 서서 긴장상태로 하다보니 피로가 더 쌓였던 것 같다. 학원이 끝나고 집에오면 녹초가 되어 쓰러져버렸다.

화훼장식 기능사 시험이 '시간, 돈, 체력'이 요구되는 시험이라는 말이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실기를 준비하며 뼈져리게 느꼈다.

 

수업은 총 16회 였고, 거의 모든 화형을 2번~3번 사이로 진행한 이후에 끝이 났고 시험은 수강 종료 후 1~2주 후에 진행했다.

막판에 학원에서 한 연습도 중요하지만, 초반에 수업한 이후에 혼자 복습한게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집에서 연습을 한 화형과 하지않은 화형의 완성도에 차이가 꽤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면구성인 부채형과 삼각형 둘 중에 연습을 2번 정도 따로 했던 부채형은 쉬웠는데, 삼각형은 이상하게 잘 잡히지 않았다. 

 

꽃시장은 기능사 시험을 위해서 10월 초에 1번, 그리고 시험이 끝나고 연습용 꽃을 사러 1번, 시험 재료를 사러 3번 다녀왔는데, 꽃시장은 시험 전에 몇 번이라도 다녀오는걸 추천한다.

 

나의 경우엔 꽃시장은 예전에도 몇 번 가봐서 낯설지는 않았지만, 10월 초 토요일 마감 직전에 가서 급하게 구매하고 집에 와서 보니 아래에 있는 거베라에 곰팡이가 피어있었다. 또 유칼립투스를 구매했었는데 하나 굵기가 너무 굵고 나머지는 너무 약해서 시험용으로 쓰기에는 부적합했다. 시험 소재로 구입했던 거베라는 기준인 8cm가 안되서 시장을 재방문하기도 했다.

 

학원에서는 선생님이 좋은 소재와 어울리는 컬러들로 꽃을 사입해오셔서 컨디셔닝까지 다 마친 상태다 보니 직접 구입하고 시행착오를 겪어봐야 꽃을 구입하는 눈은 키워지는 것 같다.

 

화훼장식기능사 시험에 대해 처음 알아볼 때, 동일한 시험 재료를 주면 되지 이 많은 재료를 왜 준비해오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꽃을 고르고 컬러를 맞추고 시험전까지 며칠동안 관리하는 능력까지 보는 시험이 아닌가 싶다. 실제로 플로리스트가 된다면 꽃시장에서 사입하고 컨디셔닝하는 건 너무나 일상적인 일일테니까......

 

시험 소재를 사고 시험전까지 관리하는게 나에게는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 가장 힘든 일이었다.

아침에 일찍 출발했지만, 사이즈가 맞는 거베라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사가고 적당한 크기의 가시가 없는 국산 장미도 찾기가 어려웠다. 한 번에 산 꽃이 10단은 되다보니 그걸 안고 좁은 꽃시장을 누비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었다.
꽃도 물통을 4개 정도 구입해서 연습용 꽃과 새로 사온 소재, 그린 소재를 나누어 보관하며 물도 매일 갈아주었다. 날이 추워져서 행여 얼세라 아침 저녁으로 확인했다. 거베라가 물올림이 잘 되지 않아서, 시험 전날 밤에 급하게 신문으로 말아서 열탕처리까지 했다.

 

이렇게 열심히 준비했는데 떨어지면 시험을 다시 볼 수 있을까 걱정하며 제발 붙게만 해달라고 예수님, 하느님, 부처님께 빌었다.

 

시험장에 도착해 카트를 놓고 기다리는 중

 

시험장은 성남동포취업장이었고, 운전을 하지 못해서 택시 트렁크에 꽃을 뉘여서 싣고 카트는 앉는 곳에 태워서 시험장까지 갔다. 30분 전쯤 도착했는데, 우리반 시험인원 15명 중에 중간 정도로 도착했던 것 같다.

테이블 사이즈는 가로가 일반 책상은 1.5배정도 되고, 폭은 2/3정도로 좁았고 앞 뒤 간격은 조금 넉넉했다.

번호표를 뽑아 자리를 정하고, 갑작스럽게 시험은 진행됐다. 

 

감독관 2분이 자리를 돌며 소재를 꼼꼼히 확인하셨고, 곧 이어 바로 1과제 - 2과제 - 3과제 순으로 중간에 쉬는시간은 5분 정도 주셨다. 쉬는 시간에는 다들 바닥에 떨어진 잎들을 깨끗히 정리하는데 써서 여유를 부릴 시간은 없었지만, 다행히 팔 한번 돌리고 물 한모금과 초콜릿 하나를 입에 넣을 수는 있었다.

 

과제는 1과제 : 원추형 / 2과제 : 반구형 / 3과제 : 직립형 이 나왔다.

 

반구형은 학원에서 첫 날 해본게 다였던 터라, 시험 전날 혹시 몰라서 한번 더 꽃아봤는데 나왔다. 가장 쉬운 화형이라서 잘 안나온다고 하는데, 감독관님 감사합니다를 속으로 외쳤다.

 

앞 쪽 자리여서 시험을 보며 다른 사람들 과제를 볼 수는 없었고, 과제가 끝나고 옆에 빈 강의실에 제출할때도 시간이 촉박해 내 것만 겨우 올려두고 나왔다. 얼핏 보기에 화형을 완성하지 못한 사람은 없었던 것 같은데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시는지가 궁금했고, 사람인지라 바로바로 비교가 되니 어느 정도는 상대평가가 될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 완성을 하고 집에 오니 뭔가 수능을 보고 났을때와 같은 해방감이 느껴졌다. 정말 시험 전 며칠은 고시를 보는 것 머리속에 꽃 생각밖에 없었다.

큰 실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몇 가지 걸리는 점이 있어서 조금 걱정했다. 

 

결과 발표날은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붙으면 즐거운 크리스마스가 될 것이고, 떨어지면 슬픈 크리스마스가 될 예정이었다.

24일에 무서워서 조금 천천히 확인하려고 했는데, 아침에 Q-NET에서 친절하게 카톡을 보내줬다.

결과는 '합격'!! 

생각보다는 조금 아쉬운 점수였지만, 그래도 합격이니 됐다!!

과제별로 몇 점 인지 알 수 있으면 잘못된 점을 수정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Q-NET에서는 합산 점수밖에 공개하지 않는다.

 

다음 시험은 4월이라 다시 준비하는건 쉽지 않을 것 같았는데, 그래도 한번에 합격해서 너무 기뻤다.

붙여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느님, 부처님, 예수님, 선생님!

 

이제 장농면허증말고도 국가자격증이 하나 더 생겼다.

기능사 시험을 준비하며 취미로만 하던 꽃꽂이에 대해서 조금 더 깊이 알게 된 것 같고 자신감도 좀 더 생긴 것 같다.

 

매주 집에 꽃이 있었는데, 당분간은 꽃을 자주 보지는 못할 것 같아서 조금 아쉽지만, 머지 않아 또 수업을 듣던지 관련 일을 경험하게 될 것 같다.